자유게시판

[출동 똥탐정] 코끼리 한 마리의 ‘똥’이 먹여 살리는 생명, 무려 200만 마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11-19 14:41

본문

안녕하세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입니다.
자연 속에는 ‘똥’을 활용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합니다.
‘ 출동 똥탐정 ’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을 주제로, 생물들의 흥미로운 점을 소개하는 시리즈인데요! 자연 속에서 ‘똥’은 단순한 배설물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냄새나는 존재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생존을 위한 귀중한 자원이 되죠. 오늘의 주제도 코끼리의 “똥”입니다.
지난번에는 초속 6cm로 똥을 누는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코끼리의 똥이 다른 생물들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코끼리 똥은 소똥구리의 삶에 없어선 안 될 존재인데요! 소똥구리는 코끼리와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굴리고, 먹고, 땅속에 묻으면서 생활합니다.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 숨은 일꾼이죠.

자연의 청소부, 소똥구리를 아시나요?

소똥구리( Gymnopleurus mopsus )는 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형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먹으며 자연의 물질 순환을 돕는 이로운 곤충입니다.

소똥구리( Gymnopleurus mopsus )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덩어리가 크고 수분이 많은 초식동물의 똥은 그냥 두면 쉽게 썩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되는데요.
이때 소똥구리가 그 속으로 파고들어 분해를 도우면, 똥은 빠르게 흙으로 돌아가 식물이 자라나는 귀한 거름이 됩니다.
그렇게 자란 식물을 다시 초식동물이 먹고, 그 초식동물의 똥을 소똥구리가 분해하면서 자연은 끊임없이, 그리고 건강하게 순환합니다.

코끼리의 똥은 얼마나 많은 소똥구리를 먹일까?

지상에서 가장 큰 초식동물, 코끼리. 그렇다면 코끼리 한 마리가 싸는 똥은 과연 얼마나 많은 소똥구리의 식사가 될까요? 이 엉뚱해 보이는 질문이 사실은 진지한 과학 연구의 주제입니다.
왜냐하면 코끼리는 하루에 무려 145kg의 똥을 배설하기 때문이죠. 그 양도 엄청나지만, 크고 단단해서 소똥구리의 도움이 없으면 쉽게 분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똥구리에게는 이 코끼리 똥이 그야말로 ‘꿈의 뷔페’입니다.
굴릴 필요도 없이 안으로 파고들기만 하면 보이지 않게 먹고 쉴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코끼리 똥 속 소똥구리, 그 수를 세다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프랭크 크렐(Frank Krell) 박사 연구팀은 3년 동안 케냐 중부 라이키피아 지역에서 코끼리 똥이 얼마나 많은 소똥구리를 먹여 살리는지 조사했습니다.

조사 절차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코끼리 똥 덩어리(약 0.9kg)를 채취해 물에 풀면, 무거운 똥 조각은 가라앉고 가벼운 소똥구리는 물 위에 뜹니다.
이렇게 분리된 소똥구리를 일일이 세어보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똥 덩어리 하나 안에 평균 4,000마리의 소똥구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1만 마리의 하루 식사, 그리고 200만 마리의 생명 순환

하지만 연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코끼리 똥은 하루만 지나도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소똥구리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 아래에는 이미 흙 속으로 숨어든 다른 소똥구리들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흙층까지 떠서 같은 방법으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코끼리 똥 덩어리 하나가 1만 3,400마리의 소똥구리에게 하루 끼니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코끼리는 하루 평균 160kg의 배설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았는데, 이 수치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코끼리 한 마리가 하루에 똥의 양이 무려 200여 만 마리의 소똥구리를 먹일 수 있는 양이 된다고 추정하였습니다.

생태계의 든든한 , 코끼리와 소똥구리

연구팀에 따르면, 케냐 중부 2만 1000㎢에 서식하는 코끼리는 약 5,000~7,500마리로 추정했는데요,

단순 계산만으로도 이 지역의 코끼리들은 약 140억 마리의 소똥구리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그 덕분에 대형 초식동물이 남긴 배설물도 빠르게 분해되고, 영양분이 순환되어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다양한 곤충들의 안식처이자 먹이

소똥구리뿐만 아니라, 코끼리 똥은 다양한 곤충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똥 속에는 소화되지 않은 유기물과 미생물이 풍부하여 똥풍뎅이, 쥐며느리, 갈색거저리(밀웜) 등 분해성 곤충(detritivores)의 먹이가 됩니다.

갈색거저리( Tenebrio molitor Linnaeus )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그리고, 똥 속이나 똥 주변은 알을 낳고 유충이 성장하기에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잠자리와 같이 똥에 모여드는 곤충들을 먹는 다른 포식성 곤충들에게도 간접적인 먹이 공급원이 되기도 하죠. 특히 건조한 지역에서 코끼리 똥은 소형 생물들의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개구리와 도마뱀과 같은 양서류, 파충류에게는 갓 배설된 똥이 수분을 제공하기도 하고, 소형 포유류는 똥 덩어리 밑이나 안에서 햇빛을 피하고 포식자로부터 숨을 수 있도록 하죠.

숲의 정원사 코끼리: 똥으로 씨앗 분산하다

또한 코끼리는 거대한 초식동물로서 막대한 양의 식물을 섭취합니다.
특히 열매나 과일을 먹고 배설할 때, 소화되지 않은 수많은 씨앗들을 넓은 지역에 퍼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코끼리의 소화 기관을 거치면서 씨앗의 단단한 껍질이 부드러워져 발아가 촉진되기도 하고, 배설된 똥 덩어리는 씨앗에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하여 발아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열대우림에서는 코끼리가 없으면 특정 나무 종들의 번식이 어려워져 숲의 구조와 생물다양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코끼리는 문자 그대로 '숲의 정원사'인 셈입니다.

오늘은 코끼리 한 마리의 '똥'이 먹여 살리는 놀라운 생명 순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코끼리의 똥 한 덩어리 속에는 수천, 수만 마리의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며, 누군가에게는 버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터전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연은 거대함과 미세함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정교한 시스템입니다.
작은 곤충 하나, 큰 동물 한 마리 모두가 서로의 존재를 지탱하며 지구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런 생물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전하며, 자연이 들려주는 ‘공존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겠습니다.
안녕~!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대표번호1877-8789